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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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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으로의 우정 여행

 

2016년 7월 23일로 기억한다. 대학교 친한 동기 둘과 함께 셋이서 우정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새벽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자는 제안은 소주 한잔 했을 때 나오는 크으~ 소리를 자아냈다. 기차에서 자고 일어나서 말끔한 기운으로 부산의 아침을 열어보자는 기세는 날아가던 비둘기가 날갯짓을 멈추고 거수경례를 하게 만들 정도였다. 23시에 서울역에서 만나자는 것과 여행의 계획을 세워보자는 것으로 여행이 확정되었다. 여행 계획의 첫 단추는 부산의 아침을 여는 것이었다. 말이 거추장스럽지 쉽게 얘기하면 새벽기차 타고 부산에 아침에 도착해서 잘 내리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게 부산의 아침을 열고 점심을 맞이할 준비는 하지 않았다. 물론 그 이후의 저녁도. 미리 말을 하자면 우정 여행은 일종의 즉흥여행이었다.

 

부산의 아침을 열기 위해 새벽의 밤공기를 뚫고 갈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셋은 눈을 감았다. 나름 머리를 쓴 것인데 무궁화호는 도착역까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을 역이용하여 충분히 자고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무궁화호를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무궁화호의 좌석은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주변이 밝다. 대략 6시간이 지나고 이번 역이 부산이라고 방송에서 솰라솰라 할 때, 단 한 명만 기지개를 켰다. 맞다. 바로 나다. 동기 둘은 잠을 전혀 못 잤다며 허리를 잡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아파 보였다. 시작이 불안했지만 부산역 앞의 장수촌 돼지국밥집에서 속을 든든히 하고 계획한 대로 부산의 아침을 열었다.

 

부산역에서 받은 여행 가이드북에 의존하여 첫 여행지를 태종대로 결정했다. 이동수단은 버스. 부산 여행이 셋 다 처음이라 뭔가 어리숙했지만 목적지를 정하면 그곳에 도착하기에 있어 실수는 없었다. 첫 여행지 태종대는 일종의 산책코스였다. 아침 7시라 사람도 붐비지 않고 상쾌한 아침을 더 부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여행지 선택이었다. 등대가 있는 절벽에서의 절경은 말이나 글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휘향찬란했다. 이른 아침에 구름이 끼어 있는 하늘이었지만 세 명은 가슴을 활짝 열고 폐 세포 하나하나에 그 순간의 산소를 담아 온 몸의 기관으로 전달했다. 말 그대로 전율했다.  

 
 
 

안타깝게도 전율은 아무리 오래 해도 30분 이상 하기 쉽지 않다. 전율하느라 배가 고파진 우리는 곧 점심 먹을 곳을 물색했고 부산의 자갈치 시장을 다음 여행지로 선택했다. 전율로 충분히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그런지 자갈치 시장에 도착했을 때도 여전히 이른 아침이었고 시장은 손님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근처에서 간단히 먹기로 결정하고 식당을 찾던 중, 부산 밀면을 먹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접했던 내 생의 첫 부산 밀면은 시원한 살얼음을 배경으로, 한방재료를 푹고아 만든 짙은 갈색의 육수 위에 탱탱한 밀면이 말려들어가 수영하고 있는 형상이었다. 탱탱하면서 밀면의 사이즈는 내가 좋아하는 소면과 같아 후루룩 넘어가는 밀면과 육수의 조합이 일품이었다. 밀면으로 힘을 얻어 기분이 좋아졌음을 발을 모아 확인했다.

 

밀면을 먹고 다음 행선지를 근처에 있는 감천문화마을로 정했다. 7월 여름에 여자친구와 올라가면 혼자서 내려온다는 그곳을 마침 다들 여자친구가 없을 때 한 번 올라가 보기로 결정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태양도 힘차게 내려쬐기 시작했고 땀방울이 흐르지만 방금 먹은 밀면 육수의 양만큼 버틸 수 있다는 각오로 감천문화마을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생각보다 가파른 길에 당황하면서도 버스 안의 꽉 찬 인파로 말하는 것조차 버티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불평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 버스 창문으로 버스를 타지 않은 커플이 보였는데 감천문화마을로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자가 팔짱을 끼고 눈썹이 코 쪽으로 말려있는 것으로 보아 커플의 사이가 위태하다는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 이 순간을 두고 말한 것이었나 싶었다.

도착한 감천문화마을은 말 그대로 마을인데 달동네를 개조해서 관광지로 만들었다. 마을의 크기는 상당했는데 입구부터 해서 요기조기에 만화 캐릭터를 그려놓아 한국판 디즈니랜드를 연상케 하였다. 하지만 곧 현실을 직시할만한 좁은 길의 경사로 현실과 이상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캐릭터 구조물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줄을 섰고 특히 인기가 있었던 것은 어린왕자였다. 긴 줄을 기다려 사진을 만약 찍는다 해도 양팔과 다리에서 햇빛에 익은 고기 냄새가 날까 봐 포기했다. 대신 더플레이트라는 곳에서 우정팔찌를 구매했는데 현재 우리 셋의 관계를 보여주듯이 아직까지 반짝반짝하다. 입이 심심해서 더운 날씨인 와중에 호떡을 팔길래 먹어보았다. 호떡의 설탕이 들어가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졌고 괜히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기 호떡 진짜 맛있다고 말해서 구매를 유도했는데 상인의 호의로 의도치 않게 호떡을 하나씩 더 먹게 되었다. 더운 날씨에 이열치열이라고 호떡을 물고 땡볕을 걸어가는데 곧 우리들의 체내에 밀면 육수가 얼마 남지 않음을 인지하고 자갈치 시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서 또 싸우는 커플이 없나 확인했지만 안타깝게도 싸우는 커플은 없었다.

 

자갈치시장에 도착했다. 부모님과 속초에 놀러 가서 회를 사 먹을 때, 가락시장에서 회를 사 먹을 때 그리고 인천의 소래포구에서 회를 사 먹을 때 내 경험으로 내린 결론은 바로 상인과의 티키타카가 잘 이루어져야 좋은 가격에 질 좋은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요구 및 고집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같이 간 동기들은 시장에서 회를 구매해본 적이 없어서 내가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일단 자갈치 시장의 내부 구조를 확인할 겸 해서 크게 한 바퀴 돌았다. ㅁㅁ상회(이름을 언급하지 않겠다.)의 할머니를 시작으로 그 사이에 많은 상인들의 대화 요청이 있었지만 특종 어종의 킬로당 얼마인지만 대충 듣고 좀 더 돌고 오겠다는 스킬을 시전 했다. 여유 있는 모습, 걸음걸이의 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고 당황한 모습은 일절 없었다. 완벽했다. 상인들은 이제 저 녀석들은 까다로운 녀석들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여유 있게 다시 한번 걸어보자고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갔다.ㅁㅁ상회의 할머니가 아까는 혼자 있었는데 이번엔 덩치 큰 아저씨와 같이 있었다. 할머니는 아까와 같은 멘트로 우리를 현혹시키려 했다. 어림없었다. 변수는 덩치 큰 아저씨였다. 우리는 한 바퀴 더 돌 목적으로 더 돌고 오겠다고 의사를 표현했다. 티키타카로 치면 티에 해당했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농어 이거 맛있어 이거 먹어라는 멘트와 함께 덩치 큰 아저씨가 농어 대가리를 내려치는 것이었다.

??

 

티키타카가 아니라 티-카! 가 되어버렸다. 약 3초간 우리는 상황을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이미 내려쳐진 농어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속으로 농어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너는 왜 죽은 거냐고.. 스키다시도 준다며 위로 올라가 있으라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2층으로 올라가며 우리 셋은 당황했던 그 순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회를 먹겠다고 얘기도 안 했는데 농어를 내려친 이유라는 주제로 약대 면접을 준비하듯 진지하게 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횟감의 어종도 타의로 결정된 것이었다. 자갈치 시장에 들어온 시점부터 우리는 시장을 몇 바퀴를 돌든 간에 호구였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의 판단에 착오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래도 맛있게 먹자는 마인드로 회를 기다렸다. 회가 접시에 담겨 왔고 우리는 한번 더 놀랐다. 농어회가 반 다른 어종의 회가 반이 었는데 광어가 우리의 허락도 없이 접시 위에 누워있었다. ?? 자갈치 사장에서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웬 말인가. 농어회를 구매했는데 농어회 반 광어회 반이 나와서 이벤트에 당첨된 줄 알았다. 이벤트 당첨 상품으로 우럭회도 나오려나 머릿속으로 이상한 회로를 돌려 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까 죽은 농어의 사이즈로는 생각도 못할 만큼 적은 양의 농어회가 참 얄밉게 보였다. 기분 좋으려고 온 여행이기에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냥 회를 먹고 바로 나왔지만 전혀 맛있지 않았다. 참고로 이 날 이후로 부산에 놀러 가보지 않았는데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자갈치 시장에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BIFF거리로 향했다. BIFF는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의 약자로 유명한 배우들의 손자국이 있는 여러 금속 판들이 길바닥에 붙어 있었다. 방금 당했던 후유증으로 우리에게 BIFF거리는 Beef거리로 다가왔고 우리는 더 이상 관광객이 아닌 흑우로 느껴졌다. 이후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하나 사 먹고 BIFF거리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1박2일이 아닌 당일치기로 여행 일정을 변경하고 저녁에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즐겁고 좋았던 우정여행이었음은 틀림없지만 급하게 마무리된 듯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아쉬울 때 떠나는 것이 행복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어 내린 결정이라 후회는 없었다. 다행히 함께 여행 갔던 동기들과는 아직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다. 가끔씩 부산에 놀러 갔었던 얘기를 할 때면 첫 시작이 자갈치 양아치 삐이이-이지만 그때를 추억하며 한바탕 웃고 시작하기에 이제는 재밌었던 추억으로 여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산은 관광하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은 이러한 일을 겪지 않도록 여행객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정도로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부산의 아침을 연 시점부터 자갈치 시장을 가기 전까지 우리를 태종대에 데려다주셨던 버스기사 아저씨, 자갈치 시장 앞에서 밀면을 말아주셨던 아주머니, 감천문화마을에서 더운 날씨에도 호떡을 구워주셨던 청년 등 모두들 친절했고 나를 행복하게 해 주셨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복한 기분을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라면 경험해보셨으면 싶다.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다보니 코로나가 어느 정도 호전이 된다면 부산에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고 오늘따라 부산이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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