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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사카의 하루는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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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맛 : 매운맛

 

주식의 붐이 일어난 지금 나 역시 주식을 하고 있다.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을 듣고 또 들으며 과거 주식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나 자신에게 양해를 구하고 영웅문으로 들어선 지 언 7개월 차, 다행히 과거 크게 데인 흉터가 남아있어 추격매수 및 뇌동매매의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 7개월 동안의 수익은 작지만 플러스이다. 단순히 익절에 만족하는 현재의 나 자신이 된 큰 계기는 2018년 3월 그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나는 대학생이었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초보로 주변에서 한 둘씩 주식을 하기에 그냥 따라 하던 그런 주린이었다.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매일 맛난 고기를 사 먹고 싶다는 그런 단순한 바람이 있었고 그 바람이 나를 우리은행에 가서 주식계좌를 열고 황소가 그려져 있는 주식계좌 카드를 받아오게 만들었다. 당시 은행 창구에서 응대해 주시던 분에게 좋은 정보와 소스가 있어서 한 번 시작해보려 한다고 말하며 벌어져 있던 어깨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슬프게도 그 어깨는 그날이 가장 넓었다. 그때 그 빛나던 황소가 그려진 주식 카드는 현재 비대면 계좌의 추가 개설로 빠이빠이 했다.

 

2018년 3월 4월 5월에 내가 집중했던 핫한 소스는,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바로 남북관계였다. 당시 남북관계가 다시 좋아지고 개성공단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 관련 회사들은 오를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그 확신은 적중했다. 그래서 많이 벌었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당시 줄어들던 내 어깨가 현재 진행형이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주린이가 소스를 보고 정확한 타이밍에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돈을 벌 수 없다는 쫓기는 마인드와 예수금이 남아있으면 풀 매수하여 주식을 사두어야 한다, 그래야 돈이 활성화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주린이 다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잃는 것이 더 많았다. 그리고 잃는 돈에 민감한 것 또한 주린이의 특성 중 하나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평소 동네 슈퍼에 가서 칸쵸먹을까 녹색 박스의 시리얼 과자를 사 먹을까 고민으로 10분을 보내는 나에게 몇만 원 몇십만 원이 30분 이내에 사라지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너무 신선해서 얼음 위에 놓여있는 갓 잡은 물고기가 된 기분이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내가 예수금을 마련하기까지 상당한 고생이 있었다. 용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대학교 생활에서 알바는 단기 알바만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생겨 병원 실습에서의 인턴 주간 5일과 선배의 약국에서 직원으로 알바를 했던 주말 이틀을 합해 약 두 달간 주 7일을 일해서 벌었던 약 200만 원은 나에게 그만큼 소중한 돈이었다. 그 소중한 돈이 예수금이었다는 것, 그 예수금을 주린이가 들고 있었다는 것, 그 주린이가 나라는 것. 지금 생각하면 이미 결과는 뻔했다. 소중한 돈이 나의 클릭 하나로 심장을 공격하는 것은 내 계획에 없었던 일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주린이가 돈을 버는 것은 운이다. 운도 실력이라고 하지만 너무 불안한 실력이다. 주식을 처음 구매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막연한 다짐으로 매수 버튼을 클릭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나의 경우 첫 주식 매매로 매수세가 크게 들어오는 것을 추격 매수하고 운동하면서 발목 인대를 다쳤던 상태라 집 앞의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나왔다. 당시 한의원 치료의 비용은 8천 원 정도, 그리고 그 사이에 주식으로 벌었던 나의 돈은 약 1만 원 정도. 내 사고는 정지했다. 나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 약 2천 원가량을 번 것이다. 이 당시 상황은 지금 생각하면 매우 치명적인 독이었다. 복어독처럼 먹으면 바로 죽는 독이 아닌 천천히 감각이 둔해지고 눈이 멀고 사고가 정지하게 되는 그런 독 말이다. 사고가 정지하게 되면 결국 뇌동매매를 하게 된다. 뇌동매매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결국엔 번 것 이상으로 잃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약국실습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계속 주식을 보았다. 이것 역시 주린이의 특징이다. 안절부절못하며 심장은 차가워졌다가 뜨거워지고 그렇게 돈을 천천히 잃어간다. 예수금 200만 원에서 120만 원까지 잃은 상태, 그때 남북 관련주 하나를 매수했다. 그 매수는 아주 달콤했다. 계속해서 오르고 올라 금요일 저녁 나는 실현하지 않은 상태로 197만 원까지 복구했다. 기분이 좋아진 상태. 여자친구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선포했다. 그곳은 평소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방이시장에 있는 오사카의 하루라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일단 기본 10만 원이 넘었다. 나의 예수금 복구를 고급 레스토랑으로 여자친구에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음식이 맛있어서 그런지 그 당시 나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단수여권만 발급할 수 있는 청년이었지만 당일치기로 오사카에 놀러 온 기분이었다.

 

그렇게 오사카의 하루는 지나갔고, 주말 동안 나와 나의 주식은 비행기를 타고 날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탄 비행기는 저가항공사로 그리 멀리 날지 못했다. 돌아오는 월요일 매수했던 주식은 폭락을 거듭하여 수익은 뿅 하고 사라졌다. 이것은 마치 최현우가 마술을 부려 앞에 있던 황금주화가 갑자기 사라진 상황으로, 나는 박수를 쳤다. 박수는 손과 손이 칠 수도 있지만 손과 가슴이 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손실을 수복할 수 있었다는 기대감이 사라지고 상실감이 큰 나는 뇌동매매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만 원이던 나의 예수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20만 원이 되었다. 그 20만 원, 지금 나와 여자친구의 왼쪽 손의 네 번째 손가락에 잘 보관 중이다. 물론 20만 원에 돈을 더 더해서 구매했다. 이 반지 속에는 여자친구와의 사랑과 신뢰도 담겨있지만 뇌동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주린이의 경험이 나에겐 아주 매웠다. 평소에도 떡볶이 매운맛 1단계를 시키는 나에겐 버거웠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지금은 다시 영웅문과 하루를 함께하고 있다. 다행히 과거의 흉터로 인해 현재 익절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팠지만 소중한 경험으로 나의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되었고 지금은 그때를 얘기하며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추억이 되었다. 이 글을 보고 있을 많은 주린이들도 현재의 아픈 경험들을 바탕으로 천천히라도 성장해나가길 바란다.  

 

아 참, 아직 내가 주린이인 것은 함정이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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